[칼럼]내가 SaaS 마케터의 길을 걷는 이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나름 적성에도 맞아서 이 길을 가고 있는 거지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중 고등학생 때부터 '나는 마케팅을 해야지 헤헿' 하고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간 건 아니에요. 그냥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학교에 가라니까 학교에 갔고 공부를 하라니까 공부를 했고 대학에 가라니까 대학을 갔네요. 


지금은 대학에 진학할 사람이 없어서, 서울권 외 대학들은 웬만하면 다 입학할 수 있다는 썰이 돌고 있던데 제가 경험한 것은 아니니 진짜인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났는지라 제가 대학에 진학할 때에는 서울 권 외에 있는 대학들도 정말 많은 경쟁을 하고 들어가야 했어요. 그렇습니다. 저는 공부를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다는 걸 암암리에 알리게 되네요.ㅋㅋ 



그러다 그냥 남들 다가는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남들과 같이 수업도 안 가기도 하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한량처럼 살았는지 모를 정도예요. 


전공 과목 중 '시장조사론'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강의 중에 제일 재밌다고 느꼈던 분야였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아마 마케팅이라는 업무에 흥미가 생긴 거겠죠. 시장조사론은 실제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 같은 걸 데이터로 수집해서 적정한 마케팅 전략을 수행해나간다 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막연하게 알려주는 4p 론 stp 전략 이런 것보다는 훨씬 마음에 와닿았었어요. (아 물론 4p론이나 stp 전략이 실무에서 쓰이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대학을 경영학과로 갔기 때문에 마케팅을 하게 된 이유가 일단 제일 크겠어요. 그러다가 지금의 자리로 자리 잡기까지 다양한 일들이 있었죠. 




20살에 블로그 포스팅하는 마케팅을 배워가면서 

처음에는 병원에서 마케팅 일을 시작했어요. 이것도 이제 어느 정도 직장 연차가 차서 보니..ㅋㅋ 병원 마케팅이라니 하는 일 다 비슷하겠고 1년 루틴이 지나면 그렇게 익사이팅한 일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어렸을 때라 뭐든 열심히 해야지! 하고 임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다 피와 살이 되는 시간이긴 했습니다 ㅎㅎ.. 첫 직장이 병원이라 회사랑은 분위기가 좀 달랐겠는데? 하겠지만... 행정부와 원무부가 나뉜 건물이어서, 행정부는 거의 학교 같은 생활의 연장선이었는데요.


- 책상을 조금이라도 어지럽히고 퇴근하게 되면 잔소리

- 출근 20분 전까지 나와서 유니폼으로 체인지 (출근 시간은 또 아침 8시니까 매일 7시 40분까지 출근 ㅎㅅㅎ) 

- 매주 월요일 전 직원 아침 조회 ㅋ 

- 원장님 바지 세탁소 맡기기 심부름 


등 등...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상당한 부분들이 업무 시간 내의 일들이 아니었는데 그때는 어쩐지 다 잘 소화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이런 것들을 다 소화할 수 있었던 건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큰 건 병원이다 보니 바이럴 마케팅을 위주로 업무를 진행했고 그 업무가 꽤나 적성에 맞기도 했고요. 이때부터 내가 무언가 홍보하고 알리는 일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어쩌다 B2B 회사에 들어가고... 팀장님에게 제안을 받은 썰 


그렇게 병원을 나와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잠시 마케팅의 길을 떠나 엔젤 투자 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이곳 저곳 떠돌다 결국 다시 '아 나는 마케팅이 적성에 맞나 보다' 하고 마케팅으로 다시 돌아왔죠. 그때 들어가게 된 곳이 B2B 사업을 하는 곳이었는데요. 급여가 밀리는 엄청난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ㅎㅎ(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그때는 웃지 못했다.) 일 년 여간 급여가 밀리면서도 사람이 좋아서, 하는 일이 재밌어서 즐겁게 일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SaaS 가 뭔지도 몰랐고.. M365는 M365고 노션은 노션이지 그의 구성 형태까지는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당시 팀장님이 제안을 주시기 전까지는요.


당시에 팀장님은 자신이 'SaaS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사업의 마케팅 담당자가 되어주지 않겠냐?'라고 저에게 제안을 주셨었고 저는 당시 그냥 마케팅 업무가 재미있고, 여러모로 챙겨주신 팀장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든 다 OK 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저는 재직 중이던 직장 팀장님의 제안을 받아 SaaS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짧은 이야기입니다. ㅎㅎㅎ 이렇게 시작한 SaaS 마케팅은 그동안 수행해오던 바이럴, 퍼포먼스, 콘텐츠 등등과는 확연히 다르게 저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어요. 그 매력이 뭐냐면.... SaaS 마케터는 바이럴, 퍼포먼스, 콘텐츠 그리고 특히나 브랜딩을 포함해 모든 영역의 마케팅을 전부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ㅎㅎㅎ 




그렇게 SaaS의 길로 

그렇게 SaaS의 길에 들어서게 된 저는 당연히 누구나 그렇듯 처음엔 우왕좌왕하기 바빴어요. 


- 흔히 알고 있는 SNS 마케팅이 안 먹히네? -> 당연한 부분.. SaaS는 일반 B2C 영역에 비해 다루는 키워드와 주제 자체가 다르기 때문 

- 광고비를 써도 ROI가 안 나오네?.. -> 구매 전환을 바로 추적하기가 불가하기 때문에.. 

- 어느 정도 글을 써도 조회수가 안 나오네? -> 다룰 수 있는 키워드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 외에도 ㅋㅋ SaaS라는 사업분야를 답하게 이해하지 않고 그동안 하던 방식대로 마케팅을 하려고 하다 보니 계속 우왕좌왕하게 된 거죠. 지금이야 구글링 네이버 등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구글이나 네이버 등에서 'SaaS'라는 키워드 자체가 흔하게 나오는 분야가 아니었거든요. (해외에서는 SaaS , 클라우드 컴퓨팅 등 의 키워드가 2010년대부터 꾸준히 언급되는 키워드였지만 국내에서는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상당히 생소한 분야였으니까요.)


그래서 관련된 서적(영어로 된... 영어는 못하지만 봤습니다.. 그때는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을 얻는 데는 구글링이 아니라 서적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 들을 정말 많이 읽어봤고, 영어로 된 칼럼과 외국 기업들의 사례들을 학습하면서 조금이나마 이 사업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직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해 말하는 건 잘 못하지만.. 현재까지는 문서 이해에 특화 되어 있습니다. 말도 잘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영어 공부도 하게 되었고 또, 남들이 가지지 힘든 특별한(?) 시각을 가지게도 됐었죠. 


처음에는 기존의 마케팅 방법을 고수하며 우왕 좌왕 하다가 SaaS 홈페이지만의 특징과, SaaS 제품 전환의 특징을 잘 살려 광고 소재를 특정하고, 카피를 변경하고, 상세페이지 구성을 변경하는 등의 순서로 기존의 어질러 놓았던 부분을 (...) 차근차근 개선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세일즈 킷 구성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제품 세일즈 킷이라면 이런 구성을 생각하기 마련이죠. 


- 표지 : 야 너네!! 우리 제품 이거임! 이런 거 봤음? 

- 서론 : 우리 업력은 정말 길어서 다른데 다 씹어먹고... 우리가 국내 최고 제품이고...  

- 본문 : 우리 제품은 서비스 혁신 대상을 받았고 끝장나게 죽여주고.....

- 결론 : 끝장나게 죽여주는 게 우리 제품이니까 그냥 한번 써봐 


ㅋㅋㅋㅋㅋ 생각나는 대로 써서 약간의 격한 표현도 있기는 한데, 사실 대부분의 세일즈를 위한 키트(여기서는 제안서) 제작은 위 같은 구성이 기본 값이긴 해요. 화장품이나, 식료품, 그리고 F&B 마케팅 등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포맷이죠. 흔하게 사용되기도 하고요. 


저도 처음엔 저 포맷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이미 너무 익숙하니까요. 


그런데 이제 이게 이쪽 분야(SaaS)에서는 먹히지 않는구나... '조금 더 기업 담당자(정보 검색자)를 설득하기 위한 명확한 단어 설정이 필요하구나'라는 것과 '최고' 라던지 '국내 1위' 라던지 등의 카피 설정이 조금 오래된 광고적 표현이구나 이것보다는 'CS 실무 담당자가 고생하는 이유 BEST 3' 등의 주제를 나열하면서 담당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구나 등.. (지금 보시는 분들은 이게 지금은 당연한 거 아니야?!?!.. 뭔 당연한 말을... 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ㅠ.ㅠ 제가 너무 좁은 영역의 마케팅만 했던 탓도 있겠지요? ㅎㅎ) 



막상 해보니 재밌네? - 다른 마케팅보다 좀 더 진지하다는 게 나를 끌어 당겼다

흔히 마케팅/홍보는 유저 흥미를 끌어당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데 (좀 더 딥하게 들어가면 사실 아니죠, 흥미로 유저를 모으는 건 아주 기초적인 단계 그 후의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맞춰서 이제 마케팅 전략이 되는 거니까요.) SaaS에서는 주니어도 리드 수집 이후의 단계/전략을 생각하면서 업무를 수행해나가야 하는 게 제일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본인이 업무에 대해 알고 싶은 학습 의지와 발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얼마든지 성장이 무한한 포지션이기도 했어요. (대부분의 SaaS 회사에서는 마케팅 인원을 5인 이상 두지 않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겠죠?) SaaS는 광고비를 많이 사용하는 분야가 아니기에 최정예 인원이 브랜딩 50% + 콘텐츠 기획 40% +광고 10% + a 기타의 구성 비율로 운영이 되거든요. 


그렇다 보니 시장에서 먹힐만한 아이디어나 의견을 내도 리젝 당하고.. 너는 더 공부해 와 라는 말을 들으며 한숨을 쉬기보다 직접 구상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시장에 내보고 테스트하는 등의 범주가 더 자유롭습니다. (물론, 내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기획해 남들과 공유하고 -> 설득하며, 그걸 직접 실현할 수는 있어야겠죠? 이렇게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네요.ㅋㅋ)





그래서 SaaS 마케팅 쪽은 내가 성장하고 싶고,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보고 싶고, 또 내가 생각한 걸 바로 실현해 나가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올바른 전략을 찾아나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 일을 좋아하면서 할 거라고 생각해요. 



재밌기는 하지만... 재미 속에서도 

또 어려운 점이 있기 마련 


일을 재밌게 할 수는 있지만 그걸 '잘' 해내는 건 또 다르죠.. 앞서서 말했던 것처럼 SaaS 마케터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멀리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 멀리 본다는 건 뭘까? 

약간 병맛 예시 기도 한데요.. 병맛 예시로 그냥 들어보겠습니다.. ㅎㅎ 


'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오늘 점심에 햄버거를 먹고 저녁에 피자를 먹었습니다. 아.. 오늘 많이 먹었으니까 내일 굶어야지 하고 내일은 굶고자 다짐했지만 또 출근해서 점심을 먹고, 퇴근해서 스트레스로 친구와 불닭발을 먹게 되었습니다. '


이 친구의 행동은 과연 멀리 보고 한 행동일까요? 아니죠.. 멀리 본다면 다이어트를 한다는 결심 하에 점심과 저녁의 식이조절을 했어야 하거나 아니면 기존에 마음먹은 대로 패스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죠.


멀리 본다는 것 -> '내가 이렇게 굶고 조절하는 게 멀리 봐서는 나의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거야'
업무에서 멀리 본다는 것 -> '내가 지금 글을 쓰고, 광고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게 이 브랜드 리드 상승에 기여되도록 할 거야' 


라는 뜻이 됩니다! 설명이 이상했는데.. 이해가 됐을까요? ㅋㅋㅋ 


결국에는 다른 B2C 등의 마케팅에 비해 연장선의 업무들이 많고, 요소 요소에서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어떤 부분보다 더 중요하다는 내용이에요. (통일된 브랜딩 메시지를 전하는 건 어디서든 중요하죠. 다만, 모을 수 있는 잠재 리드의 한계가 있는 SaaS에서는 이런 사소한 브랜딩이 더 중요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브랜딩 메시지를 설정하고 글을 쓰고, 광고를 집행하게 되면 다소 주제가 무겁기 때문에 일반적인 리드 상승보다는 상승 비율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요즘은 그래서 B2B에서도 유튜브 숏츠, 또는 일반 유저들의 관심사를 얻을 수 있는 라이트 한 주제의 마케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B2B는 아니지만, 예를 들어 시몬스 침대의 시몬스 버거샵 및 시몬스 000의 팝업스토어 운영으로 월 매출을 상승한 사례가 있죠. 


그렇다 보니 저 또한 변하는 트렌드에 맞추어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해보곤 합니다. 특히 기업 주체를 숨긴 서브채널 마케팅은 그중 가장 대중적인 분야일 수 있겠네요. B2B에서도 더 이상 무거운 주제만 다룰 수 없다! 리드 모집에 한계가 있다! 하다 보니 운영 범위가 더 넓어지는 것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지만 
중요한 건 재밌게 일하고 있다는 것 


맞다..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일을 재밌게 하는 거죠. 지인들에게 '나는 마케팅 일 재밌어서 다니는데 그냥 하다 보면 뭔가 더 재밌고 알고 싶고 하는 것들이 있어서 일하면 졸린 것도 없다'라고 말하면 놀라는 사람 반, 뭐 공감하는 사람 반인데 대부분은 회사를 그냥 돈 벌려고 다니는 거지 재밌어서 다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고 놀라는 사람이 더 많아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뭐 내 회사도 아니고..ㅋㅋㅋ 회사를 돈 벌려고 다니는 거지 막 엄청 내가 하는 일이 재밌고 더 잘 해내고 싶고 이런 거는 부차적인걸로도 볼 수 있으니까요.


처음 직장을 다닐 때는 저도 회사는 그냥 돈 벌려고 다니는 거지 남들 다 일하니까 그냥 다녀야지 하고 다녔었는데요. 이게 직장 짬이 찰수록 그게 아니더라고요. 일이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게 되면 업무 속도도 더 안 나게 되고 내가 발전하지 못하는 느낌?.. 이 제일 컸어요. 


그 후부터 저는 '아.. 나는 일에서 어떤 보람을 느껴야 하는 스타일 인가 보다' 하고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더 찾아서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하는 이 SaaS 마케팅 일이 재밌고 더 많은 부분을 개척할 수 있어서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고요! 그 프로젝트가 완료되어 어서 빨리 여러분에게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Written by @Hannah, Brand Marketer

Hannah는 브랜드 마케터이자 SaaS 칼럼니스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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