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SaaS 마케터 한나 : 모든 구름(SaaS) 뒤에 숨겨져 있는 한 줄기의 빛을 말하다 (Silver Lining)

B2B 기업에서 마케팅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아니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니 과거형이 맞겠죠. 그렇다 보니 B2B 기업의 마케팅팀에 대한 중요도도 높지 않았습니다. 중요도가 높지 않았으니, 그만큼 처우도 좋은 편이 아니었죠. 이제는 시대가 변하고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SaaS 기업의 마케팅팀은 세일즈팀의 산하였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마케팅팀을 독자적으로 구성한 SaaS 팀들은 지금 높은 호응을 얻고 있죠. 요즘 대부분의 SaaS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마케팅팀을 운영하고, 업무 절차 또한 세분화되어가고 있으며 B2B 기업도 B2C 기업만큼의 경쟁시대로 가고 있으니까요.

일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잖아요.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이요. 저는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요. '일은 제가 체력이 다 할 때까지 계속해서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거든요. 3~4년 전 국내에 SaaS 마케팅이라는 인식이 낮았던 시기 웹사이트를 만들고, 마케터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단지, 제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공유해 더 많은 분들이 이 산업에 대해 인지하고, 일을 편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이렇게 만들어진 웹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있는 마케터 분들과 소통하고 '아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비단 나뿐만 아니라 많은 B2B SaaS 기업의 현실이구나'하는 깨닫고 최근에는 직접 SaaS 마케팅 에이전시를 만들기도 했어요.






- SaaS 마케팅 에이전시, 별의골짜기 대표 한나


"어렸을 때부터 항상 호기심이 많았어요. 제가 경험할 수 있는 건 뭐든 직접 경험해 봐야 했죠. 유치원생 때는 하굣길에 바닥에 있는 반짝거리는 조각을 발견하고 무엇인지 궁금해 들고 집으로 뛰어가다가 넘어졌는데, 이 조각이 머리에 박혀서 머리를 꿰매는 수술도 했었어요. 그날 부모님한테 말도 못 하게 혼났죠. 당시 일을 회상하며 부모님께 여쭤보니 그렇게 혼나는데도 실실 웃고 있었다고 해요. 그 반짝거리는 조각은 그냥 깨진 유리조각이었는데, 햇빛에 빛나서 반짝반짝거리는 게 길에 있었으니 어린 마음에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가 있었겠어요. 그때 저는 아 너무 아프다와 같은 생각이 아닌 '근데 왜 조각만 여기 있는 거지? 이걸 깨트린 사람은 정말 슬펐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돌이켜 보면 그때부터 소위 우리가 말하는 ICP 유저들이 왜 페인포인트를 겪고 있는지를 고민했었나 봐요.(웃음)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들이 지나 나이가 들면서는 공부도 해야 했고, 연애도 해야 했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죠. 20대의 저에게는 시간이나 금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경험하지 못하는 건 소설이나 영화 같은 것들을 보면서 호기심을 채웠죠. 예를 들면, 1800년대의 유럽의 도시는 제가 가볼 수 없잖아요? 그렇다 보니 그 시기의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알고 싶어지면 셰익스피어와 찰스 디킨스의 소설들과, 그 시대를 묘사하는 다양한 책들을 읽고 고전 드라마, 영화들을 줄지어서 찾아봤어요. 이렇게 새로운 경험하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레 마케터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이전부터 셀프 인터뷰 글을 하나쯤은 남기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해요. 일하는 가치관을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인터뷰를 해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제 글의 성격 아시잖아요? 최대한 솔직하게 어떻게 마케터가 되었는지, 왜 SaaS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와 함께 최근 몇년 간 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분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해볼게요.“




Chapter 1.
일에 대한 가치관

: 재미와 흥미를 우선하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알고자 하는 지식에 대한 니즈는 마케터의 기본 소양이죠. 일이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마케터들은 특히나 더 창의력이 요구되는 직무고, 재미가 없으면 일에서도 창의성이 높은 프로젝트 리딩이 힘드니까요.


실무에서는 뭐든 일을 더 재밌게 하려고 노력해요. 내가 엄청난 성과를 낼 거야 하는 생각으로는 한 번도 일을 해본 적이 없어요. 안좋게 표현하면 욕심이 없다고도 볼 수 있는데, 욕심을 내면서 일을 하려 하다 보면 항상 몸이 먼저 반응해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사회 초년생 시절에 스타트업에 사업비를 배정해 제공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업무를 대학교 창업지원단에서 1년 정도 했었는데요. 이때 사수가 없었어요. 제가 모든 업무를 책임지고 했어야 했죠. 정부사업이라는 게 루틴을 알면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지만 사업비 관리라는 업무를 처음 해보는 저는 혼자서 모든 걸 습득해야 했거든요. 그렇다 보니 거의 1년 중 8개월 가까이는 주말 없이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을 했죠.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에요. 그저 '나의 미숙함으로 인해 다른 분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되니까, 내가 일에서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밤낮없이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까 건강이 말도 못 하게 나빠져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거지.. 내 건강이 이렇게 나빠지면서 까지 할 일인가..' 하는 생각에 이후 직장에서부터는 항상 건강을 챙기면서 일하는 걸 우선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일을 더 빨리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더 재밌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유저들이 좋아할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일의 효율도 더 높아졌던 것 같아요. 효율이 높아지니 성과는 자연스레 뒤따라 오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워킹 아워에는 졸게 되는 틈이 없었어요. 또,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산책을 나가면 타겟 유저들이 제 머릿속을 돌아다니고 있었거든요. '나를 만족시켜 줘!' 하면서요.


< 일할 때 항상 옆에서 지켜보는 고양이들 >



: 업무에 있어 자유롭고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계기

일을 하며 직접 깨달은 것도 있지만, 사실 제가 늦둥이거든요. 친언니와 12살 차이가 나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중요성과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는 것의 중요성은 친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저는 공부에 흥미가 없고 마냥 놀기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친언니는 장학생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성적 지원금으로 뉴질랜드 유학을 다녀오고, 그러더니 전액 장학금으로 대학원에 가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콜롬비아로 취업을 했어요.


당시 저희 집안에서는 누구도 외국어를 못했어요. 유일하게 언니만 영어와 스페인어를 했죠. 언니가 해외로 취업할 당시 고등학생이던 저는 그런 언니를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살아가야겠다'라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다만, 다짐한 것 치고는 아직 많은 걸 경험하지 못했어요. 사소한 것에도 영향을 받아 쉽게 침체되고, 스스로 돌아보는 것에 미숙하죠. 아직 한참 멀었어요. 가능한 요즘은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그런 마인드로 일을 하려고 하다 보니 사회생활을 할때에 부딪히는 어려움도 많았던 것 같아요. 꼭 한 회사에 오래 머무르는 걸 거부했던 건 아니었지만 상황 때문에 1~2년 정도씩 회사를 이직했었어요. 원해서 했던 이직도 있고 아닌 곳도 있는데, 월급이 1년 가까이 밀려가면서도 동료들이 너무 좋아 2년 가까이 다녔던 회사가 있었기도 했죠. 그렇다 보니 이력서도 정말 많이 넣었고 면접을 정말 많이 봤어요. 면접을 보다 보면 항상 받는 질문이 '한 회사에 오래 있지 못하는 경력에 대한 설명'이었어요. 솔직하게 답변했죠. 급여를 받지 못했었고, 직종 전환을 희망했고, 인원 감축을 하는 곳도 있었다 등. 업무적인 트러블이 있어 이직한 경우가 없었기에 항상 솔직하게 답변했어요.


그럼에도 이런 경력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계셨어요.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죠. 구인을 하는 입장에서는 오래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재직 기간이 길지 못하니 우리 회사도 금방 나가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돌이켜 보면은 다양한 회사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저에게는 가장 큰 장점으로 남았기에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마케팅은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개인적인 인사이트를 확보하는 것이 직무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이기에 기간 보다는 어떤 일을 했느냐에 비중을 두었으니까요. 후자의 경우로 본다면 저는 한 회사 한 회사를 다닐 때마다 그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마케팅 프로젝트는 주변의 반대가 있어도 꼭 해냈고,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신 회사들에서 지금까지 일을 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Chapter.2
마케터로서의 전환점

: SaaS 마케터의 시작


많이들 좋아해 주셨던 블로그 글 '내가 SaaS 마케팅의 길을 걷는 이유'에서도 말씀드렸었지만 처음부터 B2B 마케팅의길을 걷지는 않았어요. 재직 중인 곳에서의 팀장님의 권유로 소프트웨어 마케팅을 사이드잡 형태로 시작하면서 이 길을 걷게 되었죠.

대학을 졸업하고 '마케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한 게 없었어요. 그저 흔하게 시작하는 온라인 마케팅부터 시작했죠. 그때 일로 온라인 툴에 대한 이해도가 타 포지션에 비해 높았던 것 같아요. 아마 기획 마케팅부터 시작했으면 온라인 툴을 다루는 것에 이렇게 익숙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프리랜서 활동을 통해 다양한 SaaS 마케팅 인사이트를 얻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SaaS 마케팅을 하려고 하니 국내에서는 찾을 수 있는 정보성 아티클들이 거의 없었어요. 모두 해외 블로그와 칼럼을 참고해야 했죠. 당시에 저는 영어를 정말 못했어요. 어떻게 하겠어요. 일을 해야 하니까 열심히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최대한 많은 정보와 글들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제가 그렇게 공부하는 내용들을 기록하고, 남기기 위해 시작했던 게 '한나의 SaaS 마케팅 블로그' 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마케터잖아요. 그냥 운영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이 또한 특별한 브랜딩 요소를 넣고 싶었어요. 한나라는 닉네임을 보는 사람들이 잊지 않고 계속해서 기억할 수 있는 요소를요. 그게 고양이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제가 고양이들을 반려하고 있고 고양이를 좋아하기에, 당연히 제 캐릭터도 고양이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크몽에서 급하게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랜서 분을 찾아 의뢰했어요. 이 고양이 이미지를 사람답게 보이게 하는 캐릭터를 원한다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지금의 고양이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한나의 시그니처가 되었으니. 나름 만족하고 있어요. 아마 이런 캐릭터가 없이 단순히 웹사이트만 운영했다면, 상징성이 많이 떨어졌을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사이트를 만들고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서 열심히 해외 아티클들을 찾으며 아 나도 이렇게 번거롭게 정보를 얻고 있는데 나와 같은 직무에 있는 분들도 이런 상황이지 않을까, 내가 찾는 정보들을 공유하면 그들의 수고를 덜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SaaS 마케터라는 직군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어요. 처음 1년은 거의 반응이 없었는데, 그래도 꾸준히 운영을 하다 보니까 많이들 알아봐 주셔서 자연스럽게 동기간에 여러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실무에서의 업무 속도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죠. 동일한 기간의 1개의 프로덕트를 소화한 경험과 비교해 업무시간, 주말, 퇴근 후 상관없이 동 기간에 5-6개의 다양한 분야의 SaaS 프로덕트 마케팅을 소화한 경험은 확실히 업무 인사이트를 얻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 SaaS 마케터들의 공통된 페인포인트

제한된 정보를 떠나서 소프트웨어는 개발이 기반이 되어야 팔리는 거잖아요. 마케터는 어떻게 보면 항상 2순위 직군이에요.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팔 수 조차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항상 마케팅팀은 인원이 부족해요. 평균 2명, 많으면 4명 그 이상으로 TO가 늘어나지 않죠. 물론, 회사의 구조는 이해해요. 그렇지만 제한된 인원으로 마케팅 운영을 희망하면서 결과는 10명의 팀이 내는 것 과 같은 기대를 받게 될 때, 내가 당연히 그 일을 해내야 하고, 내가 하지 못하면 내가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되는 그런 상황이 올 때가 있어요. 특히, 3-4명의 팀에서는 더더욱요.


팀의 업무 성과가 꼭 팀원의 수로 비례하는 것은 아니죠. 그렇지만, 적어도 채용을 더 해주지 않을 거라면 적은 수의 마케터들에게 올라운더를 기대하며 모든 마케팅 분야에서의 높은 성과를 바라는지는 말아야 해요. 이런 잠재적인 기대가 마케터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고, '당연히 개발팀은 개발해야 하니까 인원이 많이 필요하고, 마케팅은 조금만 해도 팔리는 게 소프트웨어니까 이런 것들은 다 내가 혼자서 하는 게 맞아'라고 마케터분들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게 되거든요. 만약 이렇게 생각하고 계신 마케터 분들이 계시다면 이런 생각은 옳지 않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신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무리 잘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도 마케팅이 없으면 인기를 얻지 못해요. 예전과는 시장이 달라요. 소프트웨어 시장도 이제 레드오션으로 가고 있어요. B2B 만 바라보기엔 모든 트렌드가 B2BC, B2C를 향해 가고 있고, 향후 몇년 안에는 B2B 기업이 다수 B2C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진출하게 될거예요. 이와 더불어 각 분야들의 제품들이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저렴한 비용에, 훌륭한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시장에 많아졌죠. 이럴 때는 개발과 더불어 마케팅이 필수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마케터의 니즈를 인식할 수 있게 우리의 힘듦을 당당히 말할 줄 알아야 해요.



Chapter.3
대표를 해본다는 것과 휴식기에 들어가는 것

: 책임감과 휴식기


저는 아직 대표라고 불리기엔 자질이 많이 부족해요. 최근 개인적인 일과 더불어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휴식기에 들어가기도 했으니까요.

회사를 만들어 본 것도 대표라는 직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그냥 해보는 것이지 대표가 됨으로써 어떤 거창한 목표를 두고 있지는 않았어요. 지금, 그리고 당분간은 1인 기업이기에 큰 부담은 덜하지만 차후 직원들을 책임질 수준까지 간다면 그때 다시 일에 대한 가치관에 깊은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긴 합니다.
 

: '별의골짜기'라는 회사와 명칭의 의미

길모어걸스'라는 정말 오래된 고전 미국 드라마가 있어요. '청바지 돌려입기'로 유명한 알렉시스 블레델 주연의 소소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화들을 다룬 드라마인데, 거기에 나오는 마을 이름이 '별의골짜기, StarsHollow'예요.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가제보, Gazebo' 그리고 그 마을 소식을 전하는 신문사 이름이 '가젯, Gazzet'이거든요. 회사명, 블로그/뉴스레터, SaaS 마케팅 커뮤니티 모두 이 드라마에서 명칭을 착안했어요.


- 별의 골짜기 StarsHollow : 작은 SaaS 브랜드들이 모여 성장하는 곳(마케팅 에이전시)
- 가제보 Gazebo : 작은 SaaS 브랜드 관계자들이 모여 의논하고 토론하는 커뮤니티의 장
- 가젯 Gazzet : 작은 SaaS 브랜드의 소식을 전하는 잡지 겸 매거진


고전 미드 : 길모어걸스 캡쳐 화면





드라마를 보면 마을의 분위기가 정말 따듯하고, 친근하게 나와요. 보다 보면 이런 마을에서 평생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죠. Gazzet 신문사에서 전하는 소식들 하나하나가 마을 사람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또, 마을에서 재밌는 일이 발생하면 가제보 Gazebo에 모여 이야기를 해요. 제가 만들고 싶은 회사와, 커뮤니티, 블로그의 취지와 꼭 맞았어요. 회사명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죠.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별의골짜기'(StarsHollow) 를 거치게 되는 Saas 회사들이, 수많은 프로덕트들이 모두 '별'(Star)이고 그들이 하나, 둘, 모여서 따듯한 마을을 이뤄(Hollow) 성장하고 뻗어나간다는 의미인 거예요.

실제로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성인이 돼 가면서 가제보 Gazebo를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얻고 공유하며 마을을 벗어나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거든요. 그런 소식들이 가젯 Gazett에 실리게 되고요. 마침 검색에도 겹치는 다른 회사는 안 뜨길래 얼른 사업자를 만들었죠.



: 솔직함과 정직함을 담다

저는 화려한 마케팅 성과 대신 깊은 솔직함과 정직함을 기반으로 제품 이해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요. 어떤 프로덕트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 마음을 잊지 않죠.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솔직함과 정직함을 기반으로 하면 항상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위험부담을 지게 돼요. '모' 아니면 '도'니까요. 가식이 없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걸 수도 있지만요.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을 상대하면서도,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솔직함과 정직함은 그렇게 큰 무기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굉장히 상처받기 쉬운 마음 가짐이고,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가치관이죠. 그래도 저는 제가 가진 솔직함과 정직함이라는 가치를 믿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이기도 하고,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그것 만큼은 놓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소프트웨어를 대할 때도 정직과 솔직을 기반에 둬요. 대표님들이 문의를 주실 때, 소프트웨어의 기능이나 성격이 정말 타겟 마켓에서 시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 이 상태로는 시장성이 없다는 말씀을 솔직하게 드리기도 하고, 당장의 광고 마케팅에 대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더 길게 보고 기능 고도화를 하시라 말씀드리기도 하고요. 그렇게 당장의 높은 ROI나 대규모 MAU 증가 같은 눈부신 성과보다, 제로 마케팅 예산으로 이룬 소소한 성과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의미 있다고 보고 있어 그런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ROI 1000%, 한 달 만에 MAU 100만 달성과 같은 화려한 경력은 저에게 없어요. 화려한 마케팅 퍼포먼스가 나오려면 그에 준하는 마케팅 예산이 필요한데, B2B에서는 그렇게 화려한 퍼포먼스에 마케팅 예산을 사용할 여유가 안되거든요. 그렇지만 콘텐츠 퍼널 기획과 블로그 자연유입만으로 6개월 만에 소프트웨어 2,000유저 달성, b2bc(X) B2B 제품 마케팅비 0원인 신규 미드ㅡ엔터급 소프트웨어의 월 10-20건 의 유료전환 지속, 전년 동기 대비 인바운드 문의 20여 건 증가 등. 오로지 SaaS 특성에 기반한 성과를 달성 경험들은 소소하게 있죠.


다양한 제품을 겪어보고 직접 시장조사를 해봤다는 것, 그에 맞추어 제품에 맞는 기획을 다양하게 해 봤다는 점이 한나 라는 SaaS 마케터가 가진, 별의골짜기의 특장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지향하는 건 화려한 마케팅 퍼포먼스가 아니라 제품 하나 하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동안 잔잔하게 업무를 진행하면서, 그 안에서 계속해서 자연적으로 리드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하우스는 아니지만 인하우스 마케터만큼의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죠. 제가 이 산업의 실무를 계속 해와서, 다양한 제품들을 프리랜서로서 만나봤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많은 기업들이 초기 마케팅부터 시작해야 하기에 인하우스 담당자를 두고 싶지만, 고정비 때문에 대행사를 찾습니다. 그렇지만 높은 대행비용은 계속해서 대행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해 중단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마케팅 담당자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만, 대행사가 제공하는 고비용은 부담스러우니까요.


마케팅에 대한 니즈가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대부분은 Pre-A, Series A 단계의 신생기업이에요. SaaS라는 분야가 국내에서 발발한 지 몇 년 안 됐으니까 당연한 이야기죠. 이미 마케터가 있는 기업은 대행사에 대한 니즈가 적고요. 신생기업들은 제품 개발과 고도화에도 힘에 부치기 때문에 마케팅 담당자를 두기 버거워해요. 일이 계속해서 있는 게 아니라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고정비로 지출하는 마케팅 인건비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죠. 아웃바운드 세일즈로 유치해 오는 고객에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이러한 산업 특성상 초기 기획부터, 제품에 대한 이해까지 기반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행사들도 높은 비용을 견적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이 비용은 신생기업들이 제공하기엔 너무 버겁죠. 마케팅 대행사들의 고비용의 주요 원인은 '인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 '대대행이 포함되는 점', '퍼포먼스 마케팅 수수료'인입니다. 대대행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필요로 하지 않는 SaaS에서는 사실 불필요한 수수료일 수 있죠. 그들에게 필요한 건 세세한 분석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들이 아닌 당장의 자연유입 발생을 위한 채널 활성화니까요.

저는 실무와 함께 프리랜서를 병행해 오면서 이런 초기 개발 제품 개발진들의 고충을 계속 들어왔어요. 그렇다 보니 그 고충을 해결해주기 위해 내가 잘하는 초기 기획과, 꾸준한 운영을 통해 이걸 필요로 하는 기업에 내가 잘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보자 하고 별의골짜기를 설립한 것도 같네요.




Chapter.4
모든 구름은 Silver Lining을 가지고 있다

: 일도 일상도 지칠때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2022년 하반기쯤에 개인적인 일로 심한 우울증을 겪었어요.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도 겪었었는데, 이 증상에 침체되지 말고 더 앞으로 나아가보자, 노력해보자 하면서 우울증을 어느 정도 극복해 나가려 했던 것 같아요. 생계를 위해 돈도 벌어야 했고,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들도 책임져야 했으니까요.

그 시기에 알게 된 분 중 개인적인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던 분이 계셨는데, 막상 제 상황에서는 적용하지 못하면서 그분에게 '일이 잘 안 풀리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면 안 돼요?'라고 말했던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그분이 '네덜란드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다가 홍수에 마을이 잠겼어'라는 대답을 은유적으로 하셨었는데요. 네덜란드가 물에 자주 잠기는 곳이라, 뚝방을 막은 소년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부분을 비유하며 답변을 하신거더라고요. 그런데 이 이야기, 찾아보니 실화가 아닌 설화였어요.

설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용기를 북돋우게, 희망을 가지게 하는 용도로 사용되고는 하는데 이 이야기가 설화라는 걸 알고 나서, '그 시절의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누군가로부터 구전되오는 이야기였구나 나도 내가 지금 직면한 어려움을 단순히 받아들이고 말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침체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더 하게 되었죠. 정말 별 것도 아닌 이야기죠? 단순히 제가 힘들었던 시기에, 예상치도 못한 어떤 한 이야기로 인해 용기를 얻은건데요. 평범하게 '힘내', '지나갈 거야'와 같은 말이었음 아마 극복하자는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아요.

그저 그 이야기를 듣고 어려움과 도전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우리 스스로 상황을 기다리고 피하고, 미루고,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설화 속에 그 뚝방을 지키는 소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으니까요. 이 이야기는 제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사이드잡으로 수행하면서 마주하는 여러 도전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적극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 제품 개발 뒤에 숨어있는 'Silver Lining'을 위해서  

최근 자주 되뇌는 영어 속담이 있어요. 'Every clouds has a silver lining, 모든 구름은 은빛 빛줄기를 가지고 있다.' 모든 구름들은 언제나 뒤에 숨겨진 햇빛을 가지고 있어 언제고 흐린 날이 지속 되도 그 뒤에 햇빛이 뜬다는 뜻인데, 제 본명이 한나가 아닌 '은선'이거든요. 앞서 네덜란드 일화와 함께 저를 장난 처럼 Sliver(은) line(선)으로 부르시던 분이 말씀해 주신 건데, 저 속담을 듣자마자 기억에 남았죠.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게 사실 그렇잖아요. 앞이 안보이기도 할 때가 있고, 개발에 소요되는 예산이 버거울 때도 있고, 개발에 들인 시간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시장성에 대한 의문도 계속 들게 되고요. 저는 그런 고민을 하는 대표님들에게 또는 개발팀에게 저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긴 시간의 투자가 되고 있는 만큼, 또 애정을 가지고 개발하고 계신 만큼 꼭 구름 뒤에 숨은 한줄기 빛이, 희망이 찾아올 거라고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항상 제품에 대한 애정이 있으신 대표님들은 '이게 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시면서도 천천히 단계를 밟아 나가며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계시고 그렇게 성장하는 프로덕트들을 직접 봐오고 있으니까요. 제가 뭘 많이 도와드리지 못했는데도 한나님이 신경 써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말들과 함께요.




Chapter.5
마치며 : 언제나 이런 날들도 있는 거니까


작년 한 해부터, 올해를 지나며 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 계세요. 앞서 일화에서 소개드린 "모든 구름은 실버라이닝을 가지고 있어"라는 말을 전해준 분이요. 그분에게 언제나 '이런 날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뭐든 깊이 고민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웃어넘기는 법도 배웠거든요. 오늘 인터뷰에서 글로 다 적기 힘들만큼 그분에게 삶의 가치관에 있어 많은 부분을 영향 받았어요.

그분이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에게 저도 똑같이 전하고 싶어요. Silver lining을 멀리하는 결정을 했지만 저에게 전했듯 모든 구름 뒤에는 빛이 숨어 있는 것 처럼, 언제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해서 바라볼 수 있게 될 때, 구름 뒤에 숨어 있는 은빛 한줄기가 비치는 하루들이 계속해서 있을 거라고요.


이 마무리는 그분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시장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분들에게도, 또 한참 개발에 막혀 어려움과 좌절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같아요. 소프트웨어는 멀리 보고 움직이는 시장이에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가 없기에 좌절하는 기간이 찾아오는 주기도, 매출에 대한 걱정도, 유저 사용도에 대한 적극성의 의문도 생길 수밖에 없죠. 이 시장에서는 처음부터 많은 걸 이루려고 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 마음가짐부터 시작한다면, 천천히 성장을 하고자 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구름 뒤 한 줄 기 빛이 여러분들을 꼭 찾아오게 될 거라는 말로 이번 인터뷰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휴식기를 언제까지 가질지 모르겠지만 부담 없는 글들로 또는 항상 하고 싶었던 주변 분들의 인터뷰 글들로 조만간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요. 셀프 인터뷰글도 이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아 심도 있게 쓰고 싶어 계속 미뤘었는데요. 계속해서 100%의 글을 만들어 내려고 하니 글 자체가 나오지 않았기에, 70%의 완성도여도 그 정도에서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사람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시간이 지나 일이 의무가 아니라 재미가 될 때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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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Hannah, SaaS Mark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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